1년 동안 분노하고 지쳐있을 의사, 의대생 여러분께 인사 올립니다.
의료 사태를 해결하고자 국립중앙의료원을 사직하고 의협에 투신했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과 의료계는 많이 달랐습니다.
여러 사건을 겪고 이제야 비로소 저의 역할을 찾아 다시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우리 의사가 매번 이렇게 정부에게 당하는 것은 정책의 결정 과정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참여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소홀히 했기 때문입니다.
농사(農事)에 파종(播種)이 있다면 인사(人事)에는 교육(敎育)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추운 겨울을 헐벗은 상태로 떨고 있는 것은 봄에 제대로 씨앗을 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씨앗을 심지 않고 가을에 추수할 곡식이 없음을 탓하는 것이 오늘날 의료계의 모습입니다. 정치권, 관료, 시민사회, 대중 어느 하나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은 우리가 자초한 것입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라고도 했습니다. 우리는 과연 적을 얼마나 알고 나를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매일 몇 개씩 떨어지는 새로운 법안, 시행령, 고시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준비하고 있습니까? 보험 정책, 의료 정책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미래 세대의 의사들은 나아가야 할 길을 스스로 정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고, 치열하게 공부하고, 토론하고, 성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뜻이 있더라도 어디서부터 배워야 할지, 어떻게 나의 뜻을 펼칠지 몰라 막막하고 답답한 후배들이 많습니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현장의 문제와 이를 바로 잡을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새로운 조직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준비한 것이 바로 ‘대한의료정책학교’입니다.
우리 대한의료정책학교는
첫째, 의사로서 올바른 정책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둘째, 의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대안 제시 역할을 할 수 있고.
셋째, 정책 입안 과정에서 올바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넷째, 각 분야에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대한의료정책학교는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의료계를 넘어 우리 사회로 뻗어나아가 전문가의 의견이 현실 정치에 반영되게 할 것입니다. 또한 이를 보고 더 많은 젊은 의사들이 학교로 모여 공부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대한의료정책학교가 꺼져가는 의료계의 불씨를 살릴 수 있게 여러분의 소중한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미래를 위해 씨앗을 심어주실 선배들, 씨앗이 되어주실 리더들이 함께 해주신다면 학교가 살려낸 불씨가 거대한 불길이 되어 타오를 것입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쉬지 않고 차근차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면 그 끝에는 우리가 꿈꾸는 의료환경이 기다릴 것입니다.
무너지지 않는 대한민국이 기다릴 것입니다.
이 길을 함께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대한의료정책학교장
최 안 나